어머니와 짜장면
- 김창완 -
- 김창완 -
"몇 분이세요?"
현대식으로 인테리어를 바꾼 중국집의 여종업원이 물었다.
"둘이에요"
점심때가 지난 지 한참 돼서인지 홀엔 아무도 없었다.
"어머니 뭐 드실래요?"
"그냥 짜장면이나 하나 먹자."
"요리 하나 드시고 시키세요. 탕수육 드실래요?"
"아냐, 짜장면이면 돼.
얼마 전 TV에서 고두심이 짜장면을 먹는데
백일섭이 옆에서 돈 한푼 못 버는 여편네가 짜장면 시켜먹는다고 얼마나 구박을 하던지...
근데 테레비에서 짜장면 먹는 거 나오면 어째 그렇게 먹고 싶냐.
그래서들 광고를 그렇게 하는 모양이지."
여종업원은 더 묻지도 않고 주문서에 짜장면 둘을 적어서는 돌아서려 하고 있다.
"아가씨, 저는 짬뽕으로 주세요."
그때 젊은 남녀 둘이 홀에서 나오더니 계산대로 가서 계산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4만 8천원입니다."
"애비야, 저게 둘이 먹은 게 저렇게 나온 거냐?"
"그럴 거에요. 이 집 런치스페셜이 그 정도 해요."
"젊은 사람들이 돈도 많다. 하긴 양말 사듯이 핸드백 사는 사람들 있더더라만...."
잠시 후 짜장면과 짬뽕이 나왔다.
"너두 짜장면 좀 먹어볼래?"
"아뇨, 됐어요. 그냥 드세요."
어머니는 짜장이 면에 골고루 섞이기도 전에 벌써 드시고 계셨다.
단무지를 베어 물 때는 틀니에서 찌걱찌걱하는 소리가 났다.
"드실 만하세요?"
어머니는 대답 대신 면을 문 채 고개를 끄덕거렸다.
너무 짜장면에 열중하는 게 쑥스러우신지 드시는 사이사이에 하고 싶었던 얘기를 두서없이 하셨다.
"승호 아범은 목사 됐다더라..."
"이모부는 미안해서 전화도 못하더라..."
"아휴! 뭐니뭐니 해도 화장실 타일 깨는 사람이 제일 불쌍해. 먼지 나온다고 문도 닫고 그걸 하는데..."
"마스크는 안 해요?"
"마스큰 답답해서 못한대. 그리고 커피를 몇 잔씩 마셔.
요샌 노동자들도 술 안 마셔. 근데 넌 요즘도 그렇게 술 마시고 다니냐?"
"아뇨."
마주보곤 차마 대답을 못하고 비스듬히 대답을 흐렸다.
어머니 입 주위는 어린애처럼 짜장면으로 얼룩졌다.
"어머니, 입 좀 닦으세요."하며 티슈를 하나 빼서 드렸다.
"아이고, 난 이 휴지만 보면 흥기 할머니 생각난다.
그 집 며느리하고 그 할머니가 점심때 쌈을 먹다 할머니가 고추장을 흘리길래
며느리가 할머니한테 고추장 닦으라고 티슈를 빼서 줬더니
그 치매 걸릴 할멈이 '고맙다'하고 휴지를 받아들더니 글쎄 거기다 밥을 턱 얹더라지 뭐냐.
쌈인 줄 알고.
내가 휴지통에서 티슈를 뺄 때마다 그 생각이 들어서 한편 우습기도 하고 더럭 겁이 나기도 하고 그래."
어느새 어머니의 그릇은 거의 다 비워지고 있었다.
"너도 좀 먹어라. 요새 너 살 너무 빠졌다고들 그러더라."
"알았어요."
"근데, 너 요새 찍는 드라마는 언제 나오는 거냐?"
"월요일이요."
"몇 시?"
"밤 열 시 넘어설 거에요."
"그거 봐야겠네. 근데 머리 좀 잘 빗고 나왔냐?"
"이번에도 후줄근한 역이에요."
"넌 왜 꼭 그런 역만 하냐?"
"감독들이 그런 것만 시키는데 어떡해요."
"우리 아들 어디가 그렇게 생겨서 꼭 그렇게 모자란 역만 준다냐."
"그래도 뽑히면 다행이에요."
"하긴 그렇다."
어머니는 짜장면을 다 드시고 나면 대화가 끝날 것 같아서인지
마지막 양파와 감자를 젓가락으로 하나씩 집어들며 이야기를 계속 하셨다.
"아침 방송은 내가 한번도 빼놓지 않고 듣는다. 너 전날 술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담박 알지."
"다 드셨으면 일어나세요."
어머니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할 때 술래가 돌아본 것처럼 스톱모션이 되었다.
"왜? 또, 어디 가야 되니?"
마치 긴 이별 앞에 있는 사람처럼 느리게 물었다.
길고 긴 인생에서 짜장면 한 그릇의 순간, 이 짧은 순간이나마 몇 번이나 될지....
어머니는 그 날 새로 산 옷을 입고 나오셨다.
근데 그만 옷 자랑도 못하고 언덕을 내려가고 계셨다.
현대식으로 인테리어를 바꾼 중국집의 여종업원이 물었다.
"둘이에요"
점심때가 지난 지 한참 돼서인지 홀엔 아무도 없었다.
"어머니 뭐 드실래요?"
"그냥 짜장면이나 하나 먹자."
"요리 하나 드시고 시키세요. 탕수육 드실래요?"
"아냐, 짜장면이면 돼.
얼마 전 TV에서 고두심이 짜장면을 먹는데
백일섭이 옆에서 돈 한푼 못 버는 여편네가 짜장면 시켜먹는다고 얼마나 구박을 하던지...
근데 테레비에서 짜장면 먹는 거 나오면 어째 그렇게 먹고 싶냐.
그래서들 광고를 그렇게 하는 모양이지."
여종업원은 더 묻지도 않고 주문서에 짜장면 둘을 적어서는 돌아서려 하고 있다.
"아가씨, 저는 짬뽕으로 주세요."
그때 젊은 남녀 둘이 홀에서 나오더니 계산대로 가서 계산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4만 8천원입니다."
"애비야, 저게 둘이 먹은 게 저렇게 나온 거냐?"
"그럴 거에요. 이 집 런치스페셜이 그 정도 해요."
"젊은 사람들이 돈도 많다. 하긴 양말 사듯이 핸드백 사는 사람들 있더더라만...."
잠시 후 짜장면과 짬뽕이 나왔다.
"너두 짜장면 좀 먹어볼래?"
"아뇨, 됐어요. 그냥 드세요."
어머니는 짜장이 면에 골고루 섞이기도 전에 벌써 드시고 계셨다.
단무지를 베어 물 때는 틀니에서 찌걱찌걱하는 소리가 났다.
"드실 만하세요?"
어머니는 대답 대신 면을 문 채 고개를 끄덕거렸다.
너무 짜장면에 열중하는 게 쑥스러우신지 드시는 사이사이에 하고 싶었던 얘기를 두서없이 하셨다.
"승호 아범은 목사 됐다더라..."
"이모부는 미안해서 전화도 못하더라..."
"아휴! 뭐니뭐니 해도 화장실 타일 깨는 사람이 제일 불쌍해. 먼지 나온다고 문도 닫고 그걸 하는데..."
"마스크는 안 해요?"
"마스큰 답답해서 못한대. 그리고 커피를 몇 잔씩 마셔.
요샌 노동자들도 술 안 마셔. 근데 넌 요즘도 그렇게 술 마시고 다니냐?"
"아뇨."
마주보곤 차마 대답을 못하고 비스듬히 대답을 흐렸다.
어머니 입 주위는 어린애처럼 짜장면으로 얼룩졌다.
"어머니, 입 좀 닦으세요."하며 티슈를 하나 빼서 드렸다.
"아이고, 난 이 휴지만 보면 흥기 할머니 생각난다.
그 집 며느리하고 그 할머니가 점심때 쌈을 먹다 할머니가 고추장을 흘리길래
며느리가 할머니한테 고추장 닦으라고 티슈를 빼서 줬더니
그 치매 걸릴 할멈이 '고맙다'하고 휴지를 받아들더니 글쎄 거기다 밥을 턱 얹더라지 뭐냐.
쌈인 줄 알고.
내가 휴지통에서 티슈를 뺄 때마다 그 생각이 들어서 한편 우습기도 하고 더럭 겁이 나기도 하고 그래."
어느새 어머니의 그릇은 거의 다 비워지고 있었다.
"너도 좀 먹어라. 요새 너 살 너무 빠졌다고들 그러더라."
"알았어요."
"근데, 너 요새 찍는 드라마는 언제 나오는 거냐?"
"월요일이요."
"몇 시?"
"밤 열 시 넘어설 거에요."
"그거 봐야겠네. 근데 머리 좀 잘 빗고 나왔냐?"
"이번에도 후줄근한 역이에요."
"넌 왜 꼭 그런 역만 하냐?"
"감독들이 그런 것만 시키는데 어떡해요."
"우리 아들 어디가 그렇게 생겨서 꼭 그렇게 모자란 역만 준다냐."
"그래도 뽑히면 다행이에요."
"하긴 그렇다."
어머니는 짜장면을 다 드시고 나면 대화가 끝날 것 같아서인지
마지막 양파와 감자를 젓가락으로 하나씩 집어들며 이야기를 계속 하셨다.
"아침 방송은 내가 한번도 빼놓지 않고 듣는다. 너 전날 술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담박 알지."
"다 드셨으면 일어나세요."
어머니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할 때 술래가 돌아본 것처럼 스톱모션이 되었다.
"왜? 또, 어디 가야 되니?"
마치 긴 이별 앞에 있는 사람처럼 느리게 물었다.
길고 긴 인생에서 짜장면 한 그릇의 순간, 이 짧은 순간이나마 몇 번이나 될지....
어머니는 그 날 새로 산 옷을 입고 나오셨다.
근데 그만 옷 자랑도 못하고 언덕을 내려가고 계셨다.
* 이 이야기는 제가 한때 즐겨보던 Paper라는 잡지에 실린 내용입니다.
책장을 정리하다가...
예전에 너무 감동적인 느낌이 들어서 따로 오려놨던걸 다시 발견하고 올려봤는데요.
참,, 자식들은 어딜가나 다 비슷한 듯 합니다.
사랑한다 한마디,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는데 서툴고, 늘 부모님은 뒷전이 되어버리죠.
한국에 들어온지 8일째. 이제 내일이면 다시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합니다.
도착한 날 하루를 제외하고는, 그리고 떠나는 날 하루를 제외하고는..
꽉꽉 채워서 그렇게도 어머니가 싫어하는 술을 친구들과 어울려 마시러 다녔으니..
어디가서 욕 한마디 먹는다고 해도, 잘못된게 없겠네요.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어머니는 잠시만 같이 놀자고 하시지만..
끝끝내 이 글을 마무리 하고 있습니다. 저도 참....
그래도 어머니께 선물 하나 멋지게 사드릴 수 있어서...
그리고 수표를 지갑에 꺼내서 자연스럽게 용돈하라고 드릴 수 있어서....
물론 그렇게 물질적인 것을 바라시지는 않으시겠지만..
그렇게라도 무언가에 마음을 실어보낼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가정의 달입니다. 또 며칠뒤면 어버이의 날이기도 하군요.
생각해보면 술김에라도 사랑한다 한마디 했어야 하는데.. 그걸 못했군요.
모두들 효도는 몰라도, 속은 썩이지 말고 삽시다.
저는 어머니와 닭 한마리 뜯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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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글남겨봅니다.
저도 paper즐겨봤던 기억이 나네요.
군대가기전에 술힘을 빌어서 엄니한테는 얘기해봤는데,
아버지한테는 아직 한번도 말못해본게 가슴에 많이 남습니다.
언제쯤 얘기할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었습니다.
그러게요.
전 결국 그냥 다시 일본으로 왔습니다.
여자친구한테는 잘 나오는 말인데..
참..
자꾸 들으면 그 강도가 약해지지만, GOD의 어머님께 라는 곡은 가끔 들을 때마 항상 눈물이 그렁 그렁해집니다. ㅡ_ㅜ 저녁때 집에 전화 드려야 겠어요.
해도 해도 모자라는 것이 효도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잘 안되는 것도 효도인것 같구요...
그래서 오늘도 불효자로 남는 것 같습니다. ㅠ.ㅜ
엄마~~
제가 잘못했어요~~ㅠㅠ
저지금울고잇어요ㅠ
엄마...미안해...